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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WRT, 2019 WRC 매뉴팩처러 타이틀 제패
입력 2019-11-21 12:59:40 l 최종 수정 2019-11-21 12:59:40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2019년은 매우 뜻 깊은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World Rally Championship) 매뉴팩처러 부문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해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정상의 랠리 무대를 석권한 것은 이번이 처음. 2연패를 노린 토요타, WRC 통산 102승을 거둔 시트로앵을 제친 현대자동차는 2019 월드 랠리 제조사 부문에서 당당히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4 독일 랠리에서 WRC 첫 우승
현대자동차가 WRC 정상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24. 1996, 영국 버킹엄셔주 밀턴킨스에 위치한 모터스포츠디벨롭먼트(MSD, Motorsports Development)와 손을 잡고 F2(2,000cc 이하 NA, 2WD) 클래스에 참가하면서 현대자동차의 WRC 역사가 시작되었다.
 
티뷰론을 개조한 쿠페 에보1으로 WRC F2 클래스에 첫 발을 내딛은 현대자동차는 1999 시리즈를 2위로 마치고 새로운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앨리스터 맥레이와 케네스 에릭슨이 쿠페 키트카 에보2를 타고 거둔 5승을 자양분 삼아 2000년부터 WRC 최고 클래스로 활동 영역을 옮겼다.
 
푸조, 포드, 스바루와 미쓰비시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클래스에서의 첫 시즌은 다소 힘겨운 미래를 예고한 축소판. 현대자동차 선행연구소와 MSD가 공동 개발한 직렬 4기통, 2,000cc 터보와 4WD 시스템을 얹은 엑센트 월드 랠리카(베르나)를 투입했지만, 시리즈 14전 합계 8점을 획득하며 혹독한 1년을 보냈다.
 
2세대 엑센트 월드 랠리카를 내보낸 이듬해에도 기대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아민 슈바르츠, 프레디 로이크스, 그리고 핀란드의 WRC 영웅 유하 칸쿠넨을 스페셜 드라이버로 출전시킨 2002년에는 푸조, 포드, 스바루에 이어 매뉴팩처러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약체 스코다와 1990년대말 WRC를 주름잡던 미쓰비시를 밀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3세대 엑센트 월드 랠리카를 띄운 2003년에는 다시 매뉴팩처러 6위로 떨어졌다. 메인 드라이버 로이크스와 칸쿠넨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팀 성적 또한 하위권으로 내몰린 때문이다. 더불어 2003년은 현대자동차 월드 랠리 팀에게 격변의 시기였다. 시리즈 14전이 모두 끝나기 전에 WRC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MSD와의 마찰이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현대자동차 월드 랠리 팀은 기자회견을 열고 2년간 잠정 철수를 발표했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경쟁력을 갖춘 경주차는 물론 충분한 운영자금과 유기적인 팀 조직을 단기간에 갖추지 못한 탓이다. 이후 WRC를 떠나 있던 현대자동차는 잠정 철수 11년 만에 매뉴팩처러로 돌아왔다. 경험이 풍부한 미쉘 난단을 수장으로 영입하고, 운영조직을 새로 꾸려 2014 풀 시즌 출전을 결정한 것이다.
 
현대 월드 랠리 팀(현대 WRT) i20 랠리카를 책임질 드라이버 진용은 티에리 누빌, 다니 소르도, 유호 한니넨. 2013 드라이버즈 챔피언십 2위 티에리 누빌을 에이스로 발탁한 현대 WRT는 어려운 복귀전을 치른 뒤 차분하게 상승 무드에 발을 얹었다. 2014 시리즈 개막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팀 주전 두 명이 모두 리타이어했고, 이어진 스웨덴 랠리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멕시코 랠리 3위로 WRC 복귀 후 처음으로 포디엄 피니시를 기록했다.
 
2014 WRC 10전 독일 랠리는 현대 월드 랠리 팀에 뚜렷한 이정표로 다가왔다. 폭스바겐, 시트로앵, 포드의 강자들을 거느린 티에리 누빌이 현대 WRT에 사상 첫 우승컵을 전한 것. 현대자동차의 WRC 첫 우승은 원투승으로 더욱 빛났다. 다니 소르도가 누빌에 이어 2위 기록을 작성한 덕분이다.
 
2014 시리즈 결과는 1, 4회 포디엄 피니시. 2015년에는 폭스바겐과 시트로엥에 이어 매뉴팩처러 3위로 뛰어올랐고, 2016~2018 WRC에서는 3년 연속 제조사 부분 2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추격 뿌리치고 사상 첫 챔피언 고지 등정
폭스바겐, M-스포트(포드), 토요타에 2016~2018 매뉴팩처러 정상을 내준 현대 WRT는 한층 강력해진 경주차와 드라이버 진용을 갖추고 2019 WRC 정상 도전에 나섰다. 팀 에이스는 여전히 티에리 누빌. 다니 소르도, 안드레아스 미켈센 외에 WRC 최다 9(2004~2012) 챔피언 출신 세바스티앙 로브를 영입한 현대 WRT는 시리즈 초반부터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2019 개막전 모나코 몬테카를로 랠리 성적은 2, 4. 티에리 누빌이 2위 포디엄을 밟은데 이어 세바스티앙 로브가 4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스웨덴 스노 랠리에서도 다시 한 번 포디엄 피니시를 달성한 현대 WRT는 프랑스 코르시카 타막 랠리에서 놀라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열었다. 1위 트로피의 주인공 티에리 누빌이 드라이버즈 선두로 올라섰고, 다니 소르도가 4위에 들면서 매뉴팩처러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올 시즌 5전 아르헨티나 랠리는 현대 WRT2연승 무대. 코르시카에서 WRC 통산 10승 고지를 돌파한 티에리 누빌이 팀 동료 안드레아스 미켈센과 함께 더블 포디엄을 이뤄내고 현대 WRT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칠레와 포르투갈 랠리에서는 토요타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 팀 강자 오트 타낙이 토요타 가주 레이싱을 1위 포디엄에 올려놓은 것. 그러나 현대 월드 랠리 팀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세바스티앙 로브가 칠레 랠리를 3위로 마쳤고, 포르투갈에서는 티에리 누빌이 올해 다섯 번째 포디엄 피니시를 달성하며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한 결과다.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그래블 랠리는 2019 시리즈 중반 순위를 결정짓는 일전으로 주목할 만했다. 2연승으로 탄력을 붙인 토요타 월드 랠리 팀과 매뉴팩처러 선두 현대 WRT의 라이벌전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두 팀의 맞대결 결과는 현대의 판정승. 다니 소르도가 지난해 승자 티에리 누빌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탈리아 랠리 우승컵을 들었고, 안드레아스 미켈센이 3위를 기록, 올해 두 번째 더블 포디엄을 완성한 것이다.
 
이후 핀란드, 독일, 터키, 영국 랠리에서는 4전 합계 3, 134점을 쓸어 담은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화끈한 공방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WRC 매뉴팩처러 부문 2연패에 도전한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카탈루냐 랠리 정상 현대 WRT의 폭풍질주를 잠재우지 못했다. 티에리 누빌과 다니 소르도가 1, 3위 더블 포디엄을 합작하면서 단번에 뒤집기 어려운 판세가 만들어져서였다.
 
남아 있는 랠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최종 14. 그러나 1114~17일로 예정된 오스트레일리아 랠리가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취소되면서 현대 월드 랠리 팀이 2019 WRC 매뉴팩처러 부문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2위 토요타 가주 레이싱과의 점수 차이는 18. 이에 따라 현대 WRT2014년에 복귀한 뒤 6년 만에 세계 랠리 챔피언십 제조사 부문에서 1위의 영예를 안았다.
 
현대자동차 상품본부장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현대자동차가 우승 경력이 많은 브랜드들과 경쟁해 WRC 진출 사상 처음으로 매뉴팩처러 타이틀을 차지하게 되어 기쁘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쌓은 고성능 기술은 양산차의 품질을 높이는데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인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해 고객들에게 운전의 즐거움 주는 차를 선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WRC 진출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쥔 현대자동차는 2020년 더블 타이틀을 목표로 내걸었다. 전반적인 전망은 밝은 편. 현대 WRT의 또 다른 비상을 담보할 라인업에는 3, 7회 포디엄 피니시를 묶어 드라이버즈 2위를 기록한 티에리 누빌, WRC의 전설 세바스티앙 로브, 그리고 다니 소르도 외에 올 시즌 챔피언 오트 타낙이 들어가 있다.
 
2020 WRC123~26일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시리즈 14전의 포문을 열 예정이다.
 
박기현 기자(allen@trackside.co.kr), 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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